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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ian Knox
@LifeBeLikeThatX
Adrian Knox’s Wise Life on X
가입 Ma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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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맥주 시장을 뒤집은 것은 맥주가 아니라 물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 국내 맥주 시장은 사실상 OB맥주의 세상이었습니다. 시장점유율은 한때 70%에 가까웠고, 조선맥주의 크라운맥주는 아무리 노력해도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때 조선맥주는 기존 맥주를 조금 고치는 대신 브랜드 자체를 새로 만들기로 합니다. 1993년 출시된 맥주의 이름은 ‘하이트’. 그런데 하이트 광고에는 보리도, 거품도,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하 150미터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물만 끊임없이 보여줬습니다. “맥주의 대부분은 물이다.” 그러니 좋은 물로 만든 맥주가 더 맛있다는 단순한 이야기였습니다. 당시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사람들이 마시는 물을 불안해하던 시기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사고를 일으킨 두산전자는 1위 맥주 OB와 같은 두산그룹 계열사였습니다. 하이트는 사람들이 가장 불안해하던 바로 그 순간 ‘천연 암반수’를 들고나온 것입니다. 조선맥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맥주들은 왜 자신들이 어떤 물을 사용하는지 말하지 못하느냐며 공개적으로 경쟁사를 자극했습니다. 광고 중지 명령까지 받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하나의 공식이 생겼습니다. 깨끗한 물로 만든 맥주, 하이트. 그리고 출시 3년 만인 1996년, 하이트는 40년 가까이 이어진 OB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1998년에는 조선맥주가 회사 이름까지 ‘하이트맥주’로 바꿨습니다. 회사가 브랜드의 이름을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회사의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사람들은 맥주를 팔려면 맥주 맛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이트는 사람들이 그 순간 가장 걱정하던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 맥주 시장을 뒤집은 것은 화려한 기술도, 거대한 공장도 아니었습니다. 지하 150미터에서 끌어올린 깨끗한 물 한 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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