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은 가격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 '네러티브 경제학' 책에서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한다.
"시장은 정보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이야기에 반응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크게 키우는 건
언제나 미디어다.
실러가 본 핵심은 단순하다.
언론은 사건만 전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현실을 어떤 틀로 이해할지까지 정해준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무엇이 새로운 시대인지.
즉 미디어는 사실을 전하는 동시에
대중의 사고방식 자체를 프레이밍 하는것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이 왜 오르는지.. 스스로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쉽게 접하는 이야기,
가장 권위 있어 보이는 설명,
가장 많이 반복되는 프레임에 기대어 생각한다.
그 점에서 최근 WSJ의 Zcash 기사는 의미가 크다.
“Crypto Die-Hards Think They’ve Found the Next Bitcoin”
“It’s a More Secret Version of Bitcoin and It’s on a Tear”
겉으로는 그냥 기사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보면 다르다.
이건
“Zcash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가”
에 대한 초기 프레임이 되는 것이다.
특히 “Next Bitcoin”이라는 표현은 강하다.
이건 단순 비교가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초기 참여.
역사적 기회.
희소성.
체제 밖 자산.
인생을 바꾸는 투자.
남보다 먼저 봤다는 우월감.
기사 하나가 정보 전달을 넘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한 방향으로 줄세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처음엔 다들 반신반의한다.
“기사 하나 나온 거 아냐?”
“또 과장 아닌가?”
그런데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인간은 원래
가격이 오른 다음에야 그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가격이 먼저 움직인다.
그러면 사람들은 뒤늦게 설명을 찾는다.
그리고 그때 가장 먼저 붙잡는 게 미디어다.
유튜브.
트위터.
뉴스.
텔레그램.
인플루언서.
이 경로를 벗어날 수가 없다.
즉 가격 상승은 사람을 탐색 상태로 만들고
미디어는 그 탐색 방향을 결정한다.
바로 여기서 사고의 lock-in이 생긴다.
“아, 이게 다음 비트코인인가?”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다.
그런데 가격이 몇 번 더 뛰면
사람들은 그 프레임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투자는 더 이상 투자가 아니다.
정체성이 된다.
'나는 초기 기회를 보는 사람이다.'
'나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나는 남보다 먼저 본 사람이다.'
'나는 프라이버시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이 단계부터 사람은 정보를 소비하지 않는다.
자기 정체성을 방어한다.
그래서 반대 의견은
단순한 반론이 아니라
나 자신을 공격하는 말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시장은 종교가 된다.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버블이 거짓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는 진실이 아니다.
문제는
그 진실 위에 욕망과 정체성이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특히 크립토는
기술 시장이면서 동시에 철학 시장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코인을 사는 게 아니다.
자유를 사고,
반체제를 사고,
미래를 사고,
우월감을 사고,
소속감을 산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커뮤니티는 종교화된다.
그리고 종교의 핵심은 늘 같다.
믿는 사람은 전도한다.
버블은 바로 그 전도 메커니즘으로 커진다.
초기 참여자는 돈을 번다.
수익은 확신을 만든다.
확신은 정체성을 만든다.
정체성은 전도를 만든다.
그리고 미디어는
계속 새로운 신자를 공급한다.
WSJ 같은 메이저 미디어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이야기를
권위 있는 매체를 통해 정당화받고 싶어 한다.
즉 이런 기사는 단순 클릭 장사가 아니다.
이건
“이 프레임을 믿어도 된다”
는 사회적 허가다.
시장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들은 기술보다
누가 말하는지,
얼마나 반복되는지,
얼마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지를 더 중시한다.
그래서 버블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분석보다 밈이 강해지고,
논리보다 정체성이 강해진다.
실러가 중요하게 본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버블은 단순한 가격 급등이 아니다.
버블은
하나의 이야기가 사회 전체를 잠식하는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는
이야기를 고르고,
감정을 증폭하고,
현실을 프레이밍하고,
군중의 사고 방향을 맞춘다.
특히 크립토에서
“Next Bitcoin”이라는 구호는 강력하다.
그건 단순한 투자 기회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놓치면 안 되는 역사적 순간”
이라는 감정을 건드린다.
인간은 숫자보다 서사에 약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서사에 설득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마지막 역설은 이거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자기가 독립적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체로 이렇게 움직인다.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미디어가 이유를 설명하고,
사람들은 그 설명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 그 서사를 다시 퍼뜨리는 존재가 된다.
즉 버블은 돈만으로 커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정체성이
서로를 설득하면서 커진다.
그리고 시장이 가장 뜨거워지는 순간은
언제나 같다.
모두가 말하기 시작할 때다.
“이번엔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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