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료칸에 여섯 살 딸이 태어나서부터 끼고 자던 토끼 인형을 두고 왔음
인천공항에 내려서 짐을 풀다가 알았음
딸은 그날 밤 한숨도 못 자고 울었음
딸 인형은 귀 한쪽이 다 해진 회색 토끼임
딸이 태어났을 때 친정엄마가 사준 건데 6년 동안 하루도 떨어진 적이 없었음
어린이집 갈 때도 가방에 넣어 갔고 세탁기에 돌릴 때는 딸이 세탁기 앞에 쪼그려 앉아서 다 돌 때까지 기다렸음
너무 낡아서 몇 번 새 걸로 바꿔주려고 했는데 딸이 새 토끼는 냄새가 다르다고 울어서 포기했음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 셋이 처음 간 해외여행이었음
교토에서 3박을 했는데 마지막 이틀은 작은 료칸에 묵었음
다다미방에 이불을 깔고 자는 곳이었고 딸은 유카타 입고 방에서 뒹구는 걸 엄청 좋아했음
체크아웃하는 날 아침에 정신없이 짐을 싸다가 이불 속에 있던 토끼를 못 챙긴 것 같았음
인천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열었는데 토끼가 없었음
딸이 처음엔 멍하니 캐리어만 보다가 울기 시작했음
집에 와서도 계속 울었고 밤 12시가 넘어도 못 잤음
토끼 없으면 잠이 안 온다고
딸은 결국 새벽 3시쯤 울다 지쳐서 내 팔을 붙잡고 잠들었음
나는 그 옆에서 번역기를 켜고 료칸에 메일을 썼음
방 번호랑 날짜를 적고 회색 토끼 인형을 혹시 찾으셨냐고
딸이 너무 소중하게 여기는 거라 착불로라도 꼭 보내주실 수 있냐고
메일 보내고 나서도 잠이 안 왔음
일본 숙소에 놓고 온 인형을 한국까지 보내줄지 반신반의했음
다음 날 오후에 답장이 왔음
첫 줄은 찾았다는 말이었음
이불을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프런트에 보관하고 있다고
딸한테 바로 말해주려다가 메일 마지막 줄을 보고 멈췄음
'그런데 보내드리기 전에 며칠만 저희가 토끼를 데리고 있어도 될까요'